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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제니·엑소 백현…기획사 차려 홀로서기 나선 아이돌들

최근 몇 년 사이 1인 기획사를 차려 셀프 매니지먼트에 나서는 ‘아이돌 대표’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기획사와의 계약 관계나 그룹 활동의 제약에서 벗어나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자유롭게 발휘하겠다며 과감하게 새로운 영역에 뛰어든 것이다.

◇ 제니·백현·은혁·동해…’내 기획사’ 차리는 아이돌들

7일 가요계에 따르면 YG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 계약 종료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블랙핑크 제니는 지난달 24일 1인 기획사 오드 아뜰리에(OA)를 설립했다. 제니가 그의 모친과 함께 공동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제니는 지난 2일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이효리의 레드카펫’ 녹화에서 “개인 활동을 좀 더 자유롭고 편하게 해보고 싶었다”고 설립 배경을 밝혔다.

작년 7월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난 슈퍼주니어의 동해와 은혁도 그해 9월 둘의 활동을 위한 새 회사 오드엔터테인먼트를 세웠다. 동해는 작곡, 은혁은 연출 쪽에 강점을 보여왔다는 점이 밑거름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회사 공식 유튜브에서 은혁은 “비전을 새롭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동해는 “새로운 길을 가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고 배경을 언급했다.

모모랜드 출신 주이는 지난해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종료 이후 주주엔터라는 1인 기획사를 차려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해 아스트로 출신 라키도 1인 기획사를 설립해 미니음반을 발매했고, 펜타곤 출신 키노 또한 자신만을 위한 기획사로 새 출발에 나섰다.

본인의 개인 활동만을 관리하는 1인 기획사를 넘어 제작자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로 개인 회사를 꾸리는 아이돌들도 있다.

지난해 8월 개인 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엑소(EXO)의 백현도 이 같은 사례다. 백현은 제작자의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내비쳐왔다.

이 밖에 작년 5월 기획사 인코드를 설립한 동방신기 출신의 김재중도 신인 아이돌 제작을 예고한 바 있다.

◇ 계약의 굴레 벗어나…개인 중심으로 제약 없이 활동

아이돌 멤버들이 기획사 설립을 선택하는 이유로는 기존 기획사와의 수익배분 조건 불일치, 활동상의 자율성 확보 등을 들 수 있다.

일단 제니처럼 멤버 1명만으로도 상당한 브랜드 파워를 갖추게 되면 재계약 시점에 수익배분에서 이견을 보이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기존 소속사와의 협상에 실패해 개인 회사 설립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강다니엘이나 이달의 소녀 출신 츄 같은 경우는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가 불거지며 분쟁이 일었고, 1인 기획사를 차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본인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면 일과 수익 등 모든 면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니 1인 기획사가 아티스트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전적인 문제 외에도 기획사에 소속돼 있어 생기는 활동상의 한계가 자신만의 팀을 꾸리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그룹 활동은 특정 콘셉트에 맞춰 활동해야 하는 제약사항이 있다”며 “기획사를 설립하면 하고 싶었던 음악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제작자로서의 꿈을 품고 있는 아이돌이 기획사를 차리는 것도 제약 없이 음악적 역량을 펼치겠다는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멤버 각각이 다른 소속사에 속한 상태에서 그룹 활동을 이어가는 ‘따로 또 같이’의 방식이 보편화했다는 점도 이러한 흐름을 부추겼다.

아이돌 웹진 아이돌로지를 설립한 미묘 평론가는 “2016년 이후 여러 소속사의 멤버가 하나의 그룹을 이루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입증됐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내 기획사를 차려보겠다’는 이들도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아티스트 모델은 주체적으로 경력을 쌓고 프로듀싱하는 형태”라며 “K팝도 이제 세계 무대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아티스트로서의 주체성을 과거에 비해 조금 더 의식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분석했다.

◇ 회사 운영에 어려움도 뒤따라…”행보 지켜봐야”

다만 사실상 사업 경력이 전무한 아이돌 멤버들이 개인 회사를 제대로 꾸려나갈지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지난 2017년 1인 기획사를 차린 씨스타 출신 효린은 최근 유튜브 프로그램 ‘노빠꾸 탁재훈’에 출연해 운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그는 회사 운영 상황에 대한 질문에 “안 괜찮다”며 “혼자 해 먹어도 남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운영비로 그간 모아둔 자금의 상당 부분을 쏟아버렸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기획사 설립의 선두 주자 격인 일부 아이돌은 아티스트 제작에서까지 성과를 거두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블락비 출신 지코는 2018년 설립한 KOZ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지난해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2PM 출신의 박재범도 힙합 레이블 AOMG와 하이어뮤직, 연예기획사 모어비전 등을 잇달아 설립하며 제작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김도헌 평론가는 “아이돌 개개인이 본인만의 길을 만들고 활동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흐름”이라며 “기획사를 차린 데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어 앞으로의 행보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매니지먼트연합 관계자는 “본인이 본인만을 매니지먼트하는 개인사업자(1인 기획사)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 의무가 없다”며 “산업적 측면에서 관리 범위 밖의 회사들이 늘어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