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개봉하는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2부는 시공을 초월한 SF 판타지다.
고려시대 도사와 신선들이 시간의 문을 통해 2022년 서울 한복판에 떨어져 외계인과 전투를 벌인다. 최 감독의 전작 ‘전우치'(2009)의 주인공 전우치가 몇백년의 잠에서 깨어나 오늘날 서울에서 모험하는 걸 연상케 한다.
‘외계+인’ 속 캐릭터들의 만남과 헤어짐을 보다 보면 아득하게 떨어진 시공을 이어주는 인연이라고 하는 걸 문득 생각하게 된다.
‘외계+인’에서 고려시대 얼치기 도사 무륵을 연기한 배우 류준열은 이 영화가 인연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준열은 ‘외계+인’ 2부가 “감성적인 영화”라며 “사람의 만남, 인연, 운명 같은 걸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악에 맞서 정의를 구현하고 세계를 구원하는 얘기보다는 ‘오늘 우연히 만난 사람이 내게 어떤 식으로 다시 돌아올까’에 관한 얘기로 접근한다면 재밌지 않을까”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전날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류준열은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잘 나온 것 같다”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외계+인’ 2부는 2022년 7월 개봉한 1부의 뒷이야기를 다룬다. 2020년 3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촬영한 분량을 두 부분으로 나눠 시차를 두고 개봉하는 것이다. 촬영 기간이 한국 영화 사상 최장인 387일에 달한다.
그만큼 ‘외계+인’ 2부의 개봉을 앞둔 류준열의 감회는 다른 작품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387일의 시간이 (우리가) 얼마나 애쓰고 공을 들였는지 얘기해주는 것 같다”며 “어떤 작품보다도 애정이 가고, 지금은 시원섭섭한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류준열은 ‘외계+인’ 촬영에 들어갈 무렵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긴 촬영 기간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골프가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인생사가 대체로 그렇지만, (영화와 골프도) 긴 싸움이란 걸 느꼈다”며 “골프는 한순간의 실수로 승패가 갈리기도 한다. 영화도 실수 하나로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촬영 기간이 긴 만큼 배우들의 관계도 돈독해졌다. 특히 류준열은 ‘외계+인’ 2부의 마지막 부분을 찍었던 두 달여의 시간을 회고했다.
그는 “배우가 자기 촬영분이 없는 날엔 촬영 현장에 안 나오는 게 보통인데 그땐 대부분의 배우가 다 나왔다. 협동심과 동료 의식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 촬영분이 없어도) 함께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작업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배우로서, 또 인간으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고 했다.
‘외계+인’ 2부에서 류준열은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는 썬더 역의 김우빈과 코믹 연기를 펼친다.
김우빈과 어떻게 호흡을 맞췄느냐는 질문에 그는 “친하게 지내며 개인적인 얘기도 많이 나눴다”며 “인간적인 교감을 가지고 작업을 하다 보니 좀 더 배려하고 이해하는 순간이 생겼다”고 답했다.
‘외계+인’ 2부에서 김태리가 연기한 이안과 무륵의 로맨스도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룬다.
류준열은 김태리에 대해선 “진중하고 깊이 고민하는 스타일”이라며 “난 뭐든 쉽게 쉽게 하려는 면이 있어 긴장도 덜 하는 것 같은데, 김태리 씨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고 했다.
‘외계+인’ 1부는 154만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쳐 흥행에는 실패했다. 2부는 액션과 유머가 한층 강해졌고 이야기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감동도 더했지만, 1부의 부진한 성적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류준열은 1부가 흥행하지 못한 데 대해 “우리가 살면서 뭔가를 했을 때 결과가 항상 만족스러울 순 없지 않나”라며 “그런 부분엔 늘 각오가 돼 있고, 항상 그러려고 애쓴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 감독에 대해선 “영화를 잘 만들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계속한다는 점에서 존경한다”며 “내 또래 감독과 배우들이 그 도전 정신을 물려받아야 할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지나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